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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이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국집이 서울에 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100년이 넘도록 같은 맛을 지킨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그게 정말 맛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세월이 쌓인 음식은 눈으로 보기 전에 한입으로 먼저 증명됩니다.

 

100년 전통의 간짜장, 일반 짜장과 뭐가 다른가

일반적으로 짜장면과 간짜장의 차이는 '소스의 묽기'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먹어봤더니 그 기준 자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간짜장(乾炸醬)이란 물과 전분을 거의 쓰지 않고, 양파 같은 채소에서 나오는 자연 수분과 불 조절만으로 소스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건(乾)'이란 '건조하다', 즉 수분이 적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걸쭉한 게 아니라 재료에서 나오는 수분만으로 볶아낸 결과물이라는 점이 일반 짜장면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음식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춘장(春醬)을 기름에 충분히 볶아 쓴맛을 날리는 공정이 간짜장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춘장이란 밀가루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중국식 된장으로, 볶는 시간과 불 세기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볶음이 부족하면 쓴맛이 남고, 지나치면 타버립니다. 이 짧은 순간에 수십 년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원형에 가까운 방식이 간짜장이고, 이후 물과 전분을 추가해 변형된 형태가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 짜장면이라는 설이 있습니다(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제 경험상 이 역사적 맥락을 알고 먹으면 한 그릇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진짜 간짜장의 기준, 먹어보니 이게 맞았습니다

흔히 간짜장의 기준을 '소스가 되직한가'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더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기준은 '양파'에 있었습니다.

볶는 과정에서 양파를 제대로 다루면 세포 내 수분이 서서히 빠져나오며 자연 단맛이 생깁니다. 이 수분이 춘장과 섞여 소스를 완성합니다. 반대로 기술이 부족한 집에서는 이 과정 대신 물을 직접 추가하는데, 그 차이는 첫입에서 느껴집니다. 제 경험상 양파에서 나온 단맛은 설탕으로 낸 단맛과 질감이 다릅니다. 혀에 달라붙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 집의 간짜장을 처음 받았을 때 제가 놀란 건 색깔이었습니다. 소스가 군데군데 굳은 것처럼 보였고, 처음에는 솔직히 '이거 말라빠진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면과 비볐을 때 춘장이 면 전체에 코팅되듯 스며들었고, 그제야 이게 의도된 농도라는 걸 알았습니다.

맛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물과 전분 없이 양파 자체 수분으로 소스 완성
  • 춘장을 충분히 볶아 쓴맛을 제거하고 불향(火香)을 입힘
  • 양파 겉은 기름이 배어 투명하되 가운데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음
  • 면을 다 먹은 뒤에도 그릇에 물기가 거의 남지 않음

불향(火香)이란 강한 화력으로 웍(중식 조리용 볼록 팬)을 달군 뒤 짧은 시간에 볶아낼 때 생기는 특유의 그을린 향을 말합니다. 불맛과는 달리 은은하게 감돌며, 과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생깁니다. 이 집의 간짜장에서 그 균형이 딱 맞았습니다.

 

3대를 이어온 춘장 볶음, 레시피가 아니라 책임을 물려받다

이 집의 역사는 1919년 이전 종로구에서 시작됩니다. 3·1 운동 준비 모임이 이 가게에서 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당시 지역 사회에서 알려진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자리를 옮기며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지금의 달인에게로 맛이 이어졌습니다.

대를 이어 전해진다는 건 단순히 레시피를 복사하는 일이 아닙니다. 제가 이 집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버지가 건강 문제로 웍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들이 그 맛을 지키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10년 전에 먹었던 그 맛 그대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중식당 수는 꾸준히 변동을 거듭하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그 속에서 100년 넘게 같은 방식으로 버티는 집이 있다는 건, 맛으로만 설명이 안 됩니다. 맛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이 같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래된 집'이라는 후광 효과로 맛집 소문이 퍼진 것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먹고 나서는 그 의심을 거뒀습니다. 세월이 쌓인 레시피는 입으로 느껴진다는 걸, 제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정통'이라는 기준,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물과 전분이 들어가지 않아야 진짜 간짜장'이라는 기준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원칙을 지킨 간짜장은 실제로 맛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이 기준을 절대 불변의 정의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조금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음식은 시대와 지역, 식재료 환경에 따라 변화합니다. 조리 방식이 다양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느 한 방식만을 '오리지널'로 고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재료 본연의 맛과 조리법이 조화를 이루는지, 그리고 손님에게 꾸준히 일관된 맛을 제공하는지가 아닐까요.

이 집의 진짜 가치는 '물을 안 쓴다'는 사실보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해온 내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100년이 넘었으니 맛있다'는 논리보다 '100년 동안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결과가 더 설득력 있습니다.

개살 삼슬(蟹肉三鮮)이라는 메뉴도 인상 깊었습니다. 개살 삼슬이란 게살과 세 가지 채소를 함께 볶아 달걀 머랭을 얹어 완성하는 중화 요리로, 요즘은 제대로 만드는 집을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강한 불향보다 재료 본연의 담백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라 간짜장의 담한 맛과 대비를 이룹니다. 간짜장에서 실력이 보인다면, 개살 삼슬에서는 수준이 보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간짜장 한 그릇을 먹었을 뿐인데, 그 안에 담긴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습니다. 물과 전분 없이 양파 수분과 강한 화력으로만 완성된 소스, 세 대에 걸쳐 이어진 춘장 볶음의 감각, 그리고 변하지 않겠다는 사람의 의지까지 한 그릇에 다 있었습니다. 제 경우엔 이걸 먹기 전과 후로 간짜장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정통'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소 거리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집에서 직접 먹어보면 그 거리감이 사라집니다. 서울에서 제대로 된 간짜장을 한 번이라도 먹어보고 싶다면, 줄을 서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1910년부터 이어져 온 간짜장 맛집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bkDU5cUM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