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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뼈째 통으로 먹는다고 하면 거부감부터 드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충북 옥천 청산면 생선국수 거리에서 도리뱅뱅이를 접하고 나서는 그 편견이 뒤집혔습니다. 빙어를 냄비 가득 둥글게 펼쳐 바삭하게 튀겨낸 뒤, 매콤달콤한 양념을 얹어낸 맛을 경험하면 이름의 귀여움보다 맛의 강렬함이 먼저 기억에 남습니다.
도리뱅뱅이, 대청호가 키워낸 옥천의 향토 음식
민물 생선 요리라고 하면 흔히 매운탕이나 구이를 떠올리는데, 옥천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 향토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도리뱅뱅이입니다. 이름의 유래는 단순합니다. 납작한 냄비에 빙어를 동그랗게 빙 둘러 놓고 지진다는 데서 '도리뱅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주재료인 빙어(氷魚)는 주로 4월에 잡히는데, 이곳 청산면 식당들은 제철에 잡은 빙어를 급속 냉동해 두었다가 연중 사용합니다. 급속 냉동이란 영하 40도 이하의 온도에서 짧은 시간 안에 식품을 얼려 세포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저장 기술입니다. 그 덕분에 제철이 아닌 시기에도 갓 잡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식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냉동 빙어라는 게 전혀 티가 나지 않을 만큼 살이 탄탄했습니다.
조리 과정을 지켜보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습니다. 빙어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낸 뒤, 고추장과 매실청을 기본으로 한 양념에 깻잎, 마늘, 고추를 더해 완성합니다. 여기서 매실청은 단순한 단맛 첨가물이 아닙니다. 매실청이란 매실을 설탕에 절여 발효시킨 액상 조미료로, 산미가 강해 생선 특유의 비린 향을 잡아주는 동시에 양념에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매실청 덕분에 민물 생선 특유의 향에 예민한 분들도 생각보다 거부감 없이 드시더라고요.
대청호는 길이만 80km에 달하는 국내 3대 호수 중 하나입니다. 금강 본류를 막아 조성한 이 호수가 옥천의 수산 자원 기반이 됐고, 그 풍요로운 민물 자원이 도리뱅뱅이 같은 향토 음식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음식과 지역 생태는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출처: 옥천군청 공식 홈페이지
- 주재료: 빙어 (4월 제철, 급속 냉동 보관 후 연중 사용)
- 양념 핵심: 고추장 + 매실청 조합으로 비린내를 잡고 단맛을 보완
- 조리 방식: 냄비에 빙어를 원형으로 배열 후 바삭하게 튀기고, 위에 양념과 깻잎·마늘·고추를 얹어 완성
-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뼈째 통째 섭취 방식
생선국수 거리에서 직접 먹어본 솔직한 후기
청산면 생선국수 거리는 양쪽으로 같은 간판이 줄지어 늘어선 모양새라 처음 보면 어느 집을 골라야 할지 막막합니다. 제가 들어간 곳에서는 도리뱅뱅이, 빙어 튀김, 생선국수 세 가지를 한 상에 차려줬는데, 비주얼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했다 싶었습니다.
먼저 도리뱅뱅이를 한입 집어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뼈가 씹힌다는 게 불편할 줄 알았는데, 충분히 튀겨져 있어서 뼈째로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오히려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매콤한 양념이 앞에 오고, 뒤로 매실의 새콤달콤함이 따라오는 맛의 구조가 꽤 세련됩니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게 만드는 맛이었습니다.
생선국수도 생각과 달랐습니다. 메기살을 갈아서 넣는 방식이 아니라, 통째로 삶아서 손으로 결대로 찢어 넣는 방식이라 살점이 크고 식감이 확실합니다. 메기(catfish)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은 흰살 생선으로, 특유의 담백한 맛이 시원한 육수와 잘 맞습니다. 쉽게 말해 생선국수라기보다 '메기살을 푸짐하게 얹은 국수'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깻잎과 대파, 호박이 함께 들어가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개운합니다.
한 가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민물 생선 특유의 흙냄새에 민감한 분이라면 도리뱅뱅이보다 국수 쪽이 더 편안할 수 있습니다. 도리뱅뱅이는 양념이 강해 향이 어느 정도 가려지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제 경우엔 그게 오히려 '이게 진짜 민물 음식이구나' 싶어 좋았는데, 이 부분은 개인차가 분명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빙어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약 17g 수준으로, 뼈째 섭취 시 칼슘 섭취 효율이 일반 생선 조리법보다 높다고 합니다. 뼈째 먹는 방식이 영양 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옥천 전통문화체험관, 대청호 수변 정원까지 하루 종일 걸어다니고 나서 먹는 도리뱅뱅이 한 접시는 피로를 확실히 날려줬습니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이 원래 더 맛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그걸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다시 찾아갈 만한 맛이었습니다.
옥천 여행에서 풍경만 보고 돌아오면 절반쯤 손해 보는 기분이 들 겁니다. 대청호와 금강이 만들어낸 자연이 그냥 눈에만 담기에는 아깝듯, 그 물이 키워낸 빙어를 재료로 한 도리뱅뱅이 역시 직접 입으로 확인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물론 민물 생선 요리라는 점에서 처음 접하는 분들은 망설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생선국수를 먼저 드셔서 국물 맛으로 입을 열고, 도리뱅뱅이로 마무리하는 순서가 가장 자연스럽게 맛에 적응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옥천이 처음이라면 이 순서를 한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대청호 뷰맛집부터 명물 도리뱅이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