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은 비싸기만 하고 실속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메인 요리 세 가지에 반찬 12종이 무한 리필로 나오는 굴비 한정식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충남 아산의 한 한정식 식당 이야기입니다. 보리굴비를 쌀뜨물에 담가 손질하는 정성, 어머니 집간장으로 맛을 낸 수육과 수제 떡갈비까지,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 쓰이는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보리굴비, 그냥 구워 내는 거 아니었습니다굴비 요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불만이 비린내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리굴비는 그냥 구워 내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접해본 이 식당의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이 집 주인장은 손질 전에 보리굴비를 쌀뜨물에 30분간 담가 둡니다. 여기서 쌀뜨물 처리란 쌀을 씻은 물에 생선을 ..
1인 17,000원짜리 한정식 밥상 앞에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나물 반찬에 이 가격이 맞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상이 차려지는 걸 보자마자 그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이천 강민주의들밥 본점, 줄 서서 기다려서라도 먹을 만한 집인지,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근거로 따져봤습니다. 한정식 밥상의 구성 제가 직접 앉아서 받아든 상 에는 이천 쌀밥, 청국장, 그리고 제철 나물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반찬이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철 나물이란 그 계절에 들판에서 나는 재료를 그때그때 손질해 올리는 방식으로, 메뉴가 고정되지 않고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가을이라 그런지 청국장이 메인처럼 느껴졌는데, 구수하고 묵직한 국물이 날씨랑 딱 맞아 들어갔습니다.반찬..
솔직히 저는 밥 한 그릇에 3만 5천 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치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되고, 빈자리 알림조차 경쟁이 붙는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뭔가 다른 게 있겠구나' 싶어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부산 전포동 손내향미, 단순한 밥집이 아닌 한식 오마카세에 가까운 공간이었습니다. 예약 난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예약제 운영 식당이야 흔하지만, 손내향미는 차원이 좀 달랐습니다. 예약 앱을 열면 한 달 앞이 이미 꽉 차 있고, 취소 알림을 켜 놔도 그 빈자리를 두고 또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런 수준의 예약 난이도를 경험한 건 오마카세 레스토랑 몇 군데가 전부였는데, 한식 솥밥집에서 이 정도라는 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이런 구조가 가능한..
가게 앞에 사람이 줄지어 있는 장면을 세 번이나 지나치고 나서야 처음으로 발걸음을 들였습니다. 파주 운정 신도시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른 아침부터 웨이팅이 생기는 한우 소머리국밥집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앉아 뚝배기를 받아 든 순간, 국물보다 고기가 먼저 보였습니다. 웨이팅이 생기는 국밥집, 도대체 뭐가 다를까 국밥집 앞에 줄이 서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처음엔 촬영이라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파주 운정 신도시 골목, 아담한 규모의 이 가게 앞에 손님들이 바깥까지 나와 기다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을 때도 그냥 지나쳤습니다.그러다 제가 직접 방문한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전 8시 오픈과 동시에 손님이 몰리고, 오후 3시면 문을 닫는..
솔직히 저는 닭볶음탕을 그냥 '달고 매운 음식'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요즘 배달 앱에서 시켜 먹는 닭볶음탕이 그 기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오래된 동네 닭볶음탕집에서 냄비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대전 맛동네길에 68년째 자리를 지켜온 닭볶음탕 노포 이야기입니다. 68년 장맛, 직접 담근 고추장이 만드는 차이처음 이 집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68년이면 그냥 오래된 집 아닌가?" 싶었습니다. 노포(老鋪)라는 말이 요즘 마케팅 키워드처럼 쓰이다 보니 반쯤 의심부터 했거든요. 노포란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가게를 뜻하는데, 단순히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맛을 보증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집은 달랐습니다.이 식당은 1959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3대..
솔직히 저는 문어 음식은 질긴 음식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몇 번 해 먹어 봤는데 씹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삼척의 작은 동네 식당에서 피문어 숙회를 처음 맛본 순간, 그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젤리보다 부드럽고,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그 식감은 집에서 해 먹던 것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 궁금해서 파고들었고, 그 결과가 이 글입니다. 피문어란 무엇인가 — 동해안 대문어의 정체제가 그날 먹은 것은 일반적인 돌문어가 아니라 피문어, 즉 대문어였습니다. 여기서 피문어란 삶았을 때 붉은 색소가 국물에 배어 나온다고 해서 삼척 지역에서 붙인 이름으로, 학술적으로는 '태평양대문어(Enteroctopus dofleini)'로 분류됩니다. 성체 기준으로 최대 50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