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내려간 날, 짐을 풀기도 전에 낙지집부터 찾았습니다. 목포 갯벌에서 잡아 올린 뻘낙지 한 상을 앞에 두고 나서야 '제대로 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날 맛본 낙지탕탕이와 낙지호롱이는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목포 낙지가 왜 이름난 음식인지,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목포 뻘낙지, 왜 다른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낙지라면 어디서나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목포산 뻘낙지를 처음 맛본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뻘낙지란 갯벌, 즉 펄 속에서 서식하는 낙지를 뜻합니다. 모래 바닥이 아닌 고운 진흙 갯벌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살이 유독 연하고 수분이 풍부해 씹는 순간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목포 앞바다의 갯벌은 유기물이 풍부한 환경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
봄날 산사를 걷고 나면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 있습니다. 속이 텅 비는 그 허기 말입니다. 공주 마곡사를 천천히 돌고 나왔을 때 저도 딱 그 상태였는데, 식당 골목에서 흘러나온 고소한 전 부치는 냄새에 발이 저절로 멈췄습니다. 3대에 걸쳐 60년 넘게 이어온 손맛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간 그 집, 생각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한 끼였습니다. 봄나들이와 함께 찾은 60년 손맛의 배경공주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마곡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절 주변으로는 백범 명상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는 구한말 김구 선생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이곳에 은거하며 후일을 도모한 역사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산사 특유의 고요함이 생각보다 깊이 마음을 건드렸습니다.마곡사 초입의 식당 ..
삼계탕 속 찹쌀이 늘 퍼져 있어서 아쉬웠던 적, 한 번쯤 있지 않으십니까? 저는 말복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찾아간 식당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식을 마주했습니다. 닭과 찹쌀을 완전히 따로 조리한다는 발상이었는데, 처음엔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첫 한 숟갈에 그 의심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익숙한 음식에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닭과 찹쌀 분리조리 — 식감을 살리는 결정적 한 수일반적으로 삼계탕은 닭 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를 채워 함께 끓이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방식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데는 이유가 있지만, 조리 과정에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닭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끓이면 찹쌀이 너무 퍼지고, 반대로 찹쌀 상태를 맞추면 닭이 물러진다는 문제입니다.제..
전주에 가면 비빔밥 먹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겪어보니, 전주 토박이들이 진짜 즐겨 찾는 음식은 따로 있었습니다. 고속터미널 옆 골목에 자리한 우족탕 거리, 그 안에서 만난 한 그릇이 제 전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진한 국물의 정체 — 우족탕이 보양식인 이유우족탕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뽀얀 국물에 우족 몇 점 정도 떠 있는 음식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식당 문을 열자마자 공기부터 달랐습니다. 진하고 구수한 콜라겐 향이 코를 먼저 채웠고, 받아든 뚝배기를 들여다봤을 때 제가 아는 곰탕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국물이 상당히 걸쭉했습니다. 숟가락을 담갔다 빼면 살짝 달라붙는 느낌이 날 정도였습니다. 이건 단순히 오래 끓인 곰탕과는 다른 결이었습니다. 제..
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이 꼭 더 맛있을까요? 해운대 바닷가 근처에 자리한 한 할머니의 보리밥집이 9,000원짜리 한 상으로 20년 넘게 단골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부산 여행 중 우연히 비슷한 곳에 들렀다가 보리밥 한 그릇에 생각이 많아진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이 가게를 알고 나서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가마솥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전기밥솥이 훨씬 편리하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이 가게 할머니는 굳이 가마솥을 고집합니다. "숙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로요. 처음 들었을 때 저도 그게 맛에 얼마나 차이가 나겠냐 싶었습니다.여기서 '숭늉'이란 밥을 지은 뒤 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낸 구수한 국물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밥솥 바닥의 탄 층이 만들어내는 독특..
1919년 이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국집이 서울에 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100년이 넘도록 같은 맛을 지킨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그게 정말 맛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세월이 쌓인 음식은 눈으로 보기 전에 한입으로 먼저 증명됩니다. 100년 전통의 간짜장, 일반 짜장과 뭐가 다른가일반적으로 짜장면과 간짜장의 차이는 '소스의 묽기'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먹어봤더니 그 기준 자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간짜장(乾炸醬)이란 물과 전분을 거의 쓰지 않고, 양파 같은 채소에서 나오는 자연 수분과 불 조절만으로 소스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건(乾)..

